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아이리스의 향기.
커피잔에 살짝 묻어난 겔랑 립스틱을 후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겔랑의 조향사 델핀 젤크(Delphine Jelk)는 풀바디 에스프레소처럼 강렬한 커피 노트에 파우더리한 플로럴 하트를 더하는 과감한 선택을 보여주었습니다. 베이스에서는 샌달우드와 겔랑의 시그니처 앰버 어코드 오포파닌, 바닐라 팅쳐가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향기를 절묘하게 둘러싸고 있습니다.
프래그런스 아티스트의 손길
속박에서 벗어난 아이리스가 강렬한 커피와 만나 생동감이 더해집니다. 장소로 비유하자면 파리 좌안의 문학 카페가 떠오릅니다. 겔랑이 소중히 여기는 파리의 우아함을 연상시키는 이리 토레피에가 생 제르맹 데 프레(Saint-Germain-des-Prés)의 전설적인 문학 카페로 깊이 빠져들게 합니다. 르 카페 드 플로르(Le Café de Flore)와 레 되 마고(Les Deux Magot)는 파리에서 예술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아이리스는 원래 꽃이 아니라 뿌리에서 향을 뽑는 식물입니다.
이런 뿌리에서 향기를 채취하는 경우는 언제 봐도 참 신기하다 싶어요. 만약 뿌리 자체에서 처음부터 향기가 났으면 모르겠는데, 아이리스의 구근은 자란지 3년이 지난 다음, 그 뒤로 3년을 숙성시켜야 뿌리에서 향기 성분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비슷하게 베티버 역시 뿌리를 뽑아서 숙성과정을 거쳐야 하고요.) 대체 어떻게 이런 향기 성분이 생기는 걸 처음 발견했는지... 마치 복어의 맛을 누가 처음 알았을까, 하는 것처럼 시초가 궁금해지는 지식입니다. 이 뿌리를 오리스라고 부르고 오리스에서 추출한 원료를 오리스 버터라고 하죠. 오리스 뿌리 향기 성분은 꽤나 최근까지도 신비에 쌓여있던 성분이었습니다.(제 기억으로는 90년대에서 00년 초 사이) 천연도 이러한 엄청난 시간이 필요해서 엄청나게 비싼 원료이고, 핵심 성분 역시 합성하기가 어려워 여전히 비싼 성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특유의 오일리하면서도 신선한 뉘앙스는 진짜 오리스 버터 또는 그 핵심 성분이 아니고서야 구현하기가 너무 힘들고,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향기 원료이기도 하고요. 진짜 그 성분을 넣은 향수들은 그 특유의 뉘앙스가 있어서 지식이 없던 시절에도 아 이거 비싼 향기다, 싶더라고요. 이리스 토르피는 딱 맡자마자 오 이건 정말 취향이다, 싶었던 향기입니다. 고급스러운 아이리스 파우더리 뉘앙스가 확 올라옵니다. 립스틱의 매트하고 드라이한 향기랑 비슷합니다. 스모키한 커피 뉘앙스와 같이 올라와서 굉장히 세련되고 중성적인 향기입니다. 남자가 뿌려도 매력적일 것 같고, 여자가 뿌려도 매력적일 것 같아요. 카다멈의 날카로운 그린 뉘앙스가 더욱이 그 중성적인 느낌을 강화하고, 티 노트의 향기도 굉장히 중심적으로 표현되고 있어요. 레더 뉘앙스도 올라오는데 무두질을 한 반딱반딱한 가죽같은 향기입니다. 대놓고 가죽향 원료를 썼다기보다 커피를 표현한 스모키 뉘앙스와 아이리스 파우더리 향기가 같이 섞인 어코드적인 표현으로 느껴지네요. 멀리서 맡으면 스모키하고, 또 가까이서 맡으면 파우더리한 신비로운 향이에요. 남녀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고, 가을 겨울에 어울릴 것 같아요. 달콤한 커피향이나 완전히 커피를 노리고 구현한 향은 아니니 시향은 필수이고, 레더와 아이리스 좋아하시는 분께라면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향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퀴드 퍼퓸바] 프라팡 - 디 오키드 맨 향수 리뷰 / 시향기 (0) | 2023.07.16 |
---|---|
[겔랑]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 시향기: 로즈 바바르 (0) | 2023.07.12 |
[겔랑]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 시향기: 안젤리크 누아르 (0) | 2023.07.12 |
[겔랑]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 시향기: 통카 임페리얼 (0) | 2023.07.12 |
[겔랑]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 시향기: 앙브뤵스 디일랑 (0) | 2023.07.12 |